산들보라 잠들기
이틀째, 산들보라가 아버지 무릎에서 잠든다. 일곱 달 함께 살아오며 드디어 이렇게 잠이 든다. 아이는 졸음이 쏟아져 이래저래 눈가가 벌개지거나 악을 쓸 무렵, 누구라도 업어서 포대기로 싸고 천천히 거닐거나 노래를 부르면 사르르 잠든다. 어머니가 업든 아버지가 업든 할아버지가 업든 할머니가 업든, 누구라도 업어 주면 널쩍한 등판에서 포근히 잠든다. 이렇게 업힌 채 새근새근 잠들던 아이가 스스로 졸음에 겨워 업히지 않은 채 무릎에서 잠든다.
처음 무릎에서 잠들던 때에는 아버지 혼자 아이를 보았기에 한참 가만히 앉히고 토닥이다가 살며시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눕힌 다음 다른 이불을 덮었다. 두 번째로 맞이한 ‘무릎 잠들기’는 뜨개질하는 옆지기를 불러 사진 하나 남겨 달라 이야기한다. 무릎에서 잠든 어린 동생을 어머니가 사진으로 담으려 하니, 옆에서 신나게 춤추며 놀던 첫째 아이가 아버지 다른 무릎에 척 하니 올라선다. 녀석아, 너는 십오 킬로그램이고 네 동생은 십일 킬로그램이야. 게다가 너는 아버지 무릎에서 방방 뛰잖아.
무릎에서 잠드는 둘째 아이를 받치는 오른손이 좀 저린다. 엊그제처럼 살며시 바닥에 누인다. 한동안 잘 잔다. 둘째도 앞으로는 무릎 잠들기를 자주 보여줄 테고, 무릎 잠들기를 지나면 저희 누나처럼 졸음이 가득 쌓여도 잠을 미루며 더 놀겠다고 투정을 부리는 때를 맞이할까. 대견스레 자라는 아이를 바라보며 없는 기운을 차린다. (4344.12.18.해.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