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풀먹기

 


 두 아이 어머니요 내 옆지기가 밥먹기를 바꾼다. 이제부터 날푸성귀만 먹기로 밥먹기를 바꾼다. 쌀밥을 먹더라도 날푸성귀를 많이 먹던 옆지기는 당근을 짠 물이랑 날무와 날배추와 날곡식가루를 먹기로 한다. 날푸성귀를 먹는 옆지기는 예전부터 둘째 갓난쟁이 산들보라한테 무 한 조각이나 배추 한 잎을 쥐어 주곤 했다. 이제 일곱 달쯤 함께 살아가는 갓난쟁이 산들보라는 제 어머니가 건네는 무조각이나 배춧잎을 한손으로 꼭 움켜쥐며 놀다가는 입으로 스윽 넣는다. 아주 조그맣고 앙증맞은 앞니가 둘 났다고, 요 앙증맞은 앞니로 무를 갉아먹곤 한다. 요 앙증맞은 앞니로 배추를 잘라 입에 넣었다고 캑캑거려서 손가락으로 빼내 주곤 한다. 네 좋은 어머니가 날푸성귀를 즐겨먹으니 너도 날푸성귀를 좋아할 수 있겠니. 우리가 이 시골집에서 뒤꼍 빈터를 알뜰살뜰 돌보면서 풀누리를 이룬다면, 너와 어머니는 흙땅을 마음껏 밟으며 몸을 살찌우는 풀을 뜯어서 먹을 수 있겠니. 날푸성귀를 먹고 배춧잎과 무조각을 건네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네가 요즈음 누는 똥에는 온통 풀기운이 배는구나. 네 아버지는 네 똥기저귀를 아침저녁으로 신나게 빨아 후박나무 빨래줄에 널어 해바라기를 시킨단다. (4344.12.1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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