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어린이

 


 새벽에 두 차례 물꼭지를 튼다. 남녘땅 시골마을 바깥벽에 붙인 온도계가 영 도 아래로 눈금 반쯤 내려갔다. 추운 날씨란 좀처럼 없어, 바깥 물꼭지를 친친 감싼 데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모르는 노릇이라 한동안 물꼭지를 틀었다가 잠근다.

 

 쌀쌀한 날씨이지만, 한겨울인 줄 떠올린다면 참 포근한 날씨이다. 가려운 얼굴 벅벅 긁는 둘째를 아이 어머니가 업는다. 네 살 첫째 아이가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콩순이 업을래.” 하면서 등에 인형을 얹고는 자그마한 포대기로 두른다. “나 이거 묶어 줘.” 하면서 앞끈을 여며 달란다.

 

 집 뒤꼍으로 나가 걷는다. 아이는 어머니를 쪼르르 따른다. 이러다가 무화과나무 앞에 선다. 두 알 아직 달렸다. 왜 못 보았을까. 한 알씩 딴다. 아이 한 알 어머니 한 알. 작은 무화과를 손에 쥔 아이가 동생 업은 어머니를 올려다보면서 웃는다. 그래, 쌀쌀한 날씨이니까 너도 콩순이를 업으면서 빨간 겉옷으로 뒤집어씌워 주었구나. 착하구나. (4344.12.1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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