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삶
 ― 사진에 찍히다


 늘 세 식구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아버지입니다. 모처럼, 아주 모처럼 아이 어머니가 아버지 사진을 찍습니다. 둘째를 품에 안고 첫째랑 노닥거리자면 아버지는 사진기를 손에 쥘 수 없습니다. 뜨개질을 하던 어머니가 뜨갯감을 살짝 내려놓고는 ‘어머니를 뺀’ 세 식구 노닥거리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사진으로 찍히면서 ‘아, 나도 이렇게 사진으로 찍히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아이 어머니가 바라보는 아이 아버지는 어떤 모습 어떤 이야기가 될까? 아니, 내가 저 사진기 빛을 잘 맞춰 놓았나?

 

 나는 디지털사진기도 수동으로 맞춰서 찍습니다. 언제나 빛과 그늘을 살펴 조리개값과 셔터빠르기뿐 아니라 화이트밸런스나 색감까지 그때그때 바꾸면서 찍습니다. 마침, ‘아버지를 뺀’ 세 식구 복닥이는 모습을 찍은 지 얼마 안 된 때에 ‘어머니를 뺀’ 세 식구 노닥거리는 모습을 찍는 터라, 아이 어머니가 사진기를 그냥 들어 그냥 찍어도 빛이 잘 맞습니다.

 

 사진으로 찍히면서 고맙습니다. 사진으로 찍히면서 즐겁습니다. 몇 천 장 넘는 아이들 사진이 나올 때에 아주 드물게, 용케 한두 장 섞이는 아버지 사진을 아이들도 나중에 들여다보겠지요. 우리 아이들은 어머니 옛날 모습은 차근차근 사진으로 바라보겠지만 아버지 예전 모습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텐데, 이렇게 가까스로 한두 장 섞인 사진을 ‘알뜰히’ 느껴 줄까요. 내가 찍힌 우리 식구 사진을 바라보고 또 바라봅니다. (4344.12.1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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