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 글쓰기

 


 꿈속에서 글을 썼다. 꿈속에서 나 스스로 눈물을 쏟을 만한 글을 썼다. 꿈속에서 쓴 글을 여덟 줄로 된 시. 이 시를 찬찬히 되읽으면서 참말 가슴이 벅찼다. 그러다 문득, 어, 내가 이 글을 볼펜을 쥐어 빈책에 끄적이지 않았네, 내가 꿈속에서 이렇게 글을 쓰네, 하고 생각하다가 퍼뜩 잠에서 깬다. 첫째 아이가 뒤척이며 동생 곁으로 데굴데굴 굴러 발로 동생 옆구리를 찌른다고 옆지기가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눈을 뜨고 일어나니 꿈속에서 쓴 글을 모두 잊는다. 아니, 떠올리지 못한다. 가만히 떠올려 볼까. 꿈속에서 무슨 글을 썼기에 나 스스로 가슴이 벅차 눈물을 쏟을 만했는지 되새겨 볼까.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다. 아마, 내 가슴에 아로새겨진 글일 테니까, 이 글은 언제라도 떠오르겠지.

 

 내 사랑을 글로 쓴다. 내 삶을 글로 쓴다. 내 사람을 글로 쓴다.

 

 나는 내 사랑을 억지로 만들지 못한다. 나는 내 삶을 거짓으로 꾸미지 못한다. 나는 내 사람을 아무렇게나 닦아세우지 못한다. 티없는 넋일 때에 쓰는 글이다. 거짓없는 얼일 적에 쓰는 글이다. 허물없는 꿈인 동안 쓰는 글이다. (4344.12.15.나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