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받은 책읽기
책을 선물받는다. 책 두 권 선물해 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으나 이내 잊었는데 저녁나절 땅거미 진 으슥한 때에 택배 일꾼이 상자를 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크기는 커다랗고 무게는 가벼운 상자를 받는다. 무엇일까. 선물인 줄 모르고 받아서 상자를 연다. 상자를 여니 과자꾸러미가 먼저 보인다. 어, 무슨 과자일까. 내가 과자를 사지 않아도 이래저래 과자 선물이 들어온다. 달고 짠 과자를 보면 금세 뽀르르 달려드는 아이한테는 반가운 선물이 될까. 과자꾸러미 밑에 책이 보인다. 무슨 책인가 하고 들여다보다가는, 아하, 이 책을 선물해 주신다는 분이 있었지, 하고 떠올린다.
책을 꺼내어 읽다가 생각한다. 나 태어난 날에 맞추어 손전화 쪽글로 축하한다는 말을 보낸 이들이 있는데, 고맙다는 쪽글을 제대로 돌려보내지 못했구나 싶다. 벌써 한 주가 지나도록 대꾸를 못하는 나를 어떻게 헤아리려나. 두 아이와 복닥이며 살아가다 보면 으레 그러려니 하고 감싸려나. 두 아이와 복닥이며 살아가면서 용케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주제에 쪽글 한 줄 못 띄우느냐고 탓하려나.
책을 선물받지만, 내가 받은 선물은 책보다 책읽기라고 느낀다. 우리 집 책시렁을 거쳐 우리 식구가 꾸리는 시골도서관 책꽂이에 자리잡을 책을 선물받았다기보다, 마음으로 차근차근 돌아보면서 사랑을 아로새길 책읽기를 선물받았다고 느낀다.
나는 누군가한테 책을 선물하는 사람일까, 책읽기를 선물하는 사람일까. 나는 값진 책을 선물하는 사람일까, 사랑스러운 이야기 담아 책읽기를 선물하는 사람일까. (4344.12.13.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