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01. 내 사진은 흔들릴 수 없어요 - 흙서점 2011.1206.12
내 사진은 흔들릴 수 없어요. 집안에서 아이들 담는 사진이라 하든 집밖에서 내 사진감 헌책방을 담는 사진이라 하든, 어느 사진이든 흔들릴 수 없어요. 때로는 살짝 흔들리거나 초점이 어긋났다 하지만 한결 따스하거나 사랑스러운 사진이 태어나곤 해요. 흔들리지 않고 초점 잘 맞는 사진만 내 마음에 차거나 내 마음을 움직이지는 않거든요.
나는 사진기를 처음 쥐어 내 사진길을 걷던 1999년부터 다짐했어요. 딱히 대학교 사진학과를 다니지 않았고, 나라밖 어디로 배움길 다닌 적 없으며, 어떤 이름난 사진쟁한테나 이름 안 난 사진쟁한테나 사진을 배운 적은 없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혼자 사진기를 들고 사진찍기를 하며 사진을 배우면서 다짐했어요.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초점이 어긋났다면 다시 찾아가서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즈믄 번이고 다시 찍어서 다시 얻어야 한다고.
그저 찍고 또 찍고 다시 찍어요. 같은 자리에서 수없이 찍지만, 올해 지난해 다음해 언제까지나 찍고 또 찍고 다시 찍어요. 연대기 같은 사진을 생각하면서 찍지 않아요. 늘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이야기를 담으려는 사진을 찍어요. 언제나 가장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이야기를 실으려는 사진을 찍어요.
나한테 1/20초라면 무척 빠르게 찍는 사진이에요. 1/15초나 1/10초도 제법 느긋한 사진이에요. 헌책방 살짝 어두운 불빛에서는 감도 1600으로 맞추고도 1/8초나 1/4초로 찍어야 할 때가 있어요. 그리 넓지 않은 헌책방이니까, 아니, 퍽 좁은 헌책방이니까 세발이를 놓고 찍은 적이 없어요. 맨몸으로 안 흔들리며 찍을 뿐이에요. 다른 책손이 책읽기 할 때에 헤살 놓으면 안 되니 불을 터뜨리지 않아요. 오직 내 맨몸으로 부딪히면서 나한테 무지개 같은 꿈빛을 베푸는 헌책방 책빛을 담아요. (4344.12.1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