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25) 얄궂은 말투 91 : 많은 돈을 벌다
.. 햅굿의 부모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통조림 공장을 운영해 많은 돈을 벌었다 .. 《커트 보네커트/김한영 옮김-나라 없는 사람》(문학동네,2007) 23쪽
“햅굿의 부모(父母)는” 같은 말투는 사람들 입에 찰싹 달라붙습니다. 이렇게 ‘-의’를 붙이는 말투가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헤아리는 사람이 자꾸 줄어듭니다. 어떻게 말해야 알맞을는지를 찬찬히 돌아보는 사람은 눈에 뜨이도록 줄어듭니다. “햅굿네 부모는”이나 “햅굿 씨 부모는”이나 “햅굿네 어버이는”으로 손질합니다. “공장을 운영(運營)해”는 “공장을 꾸려”나 “공장을 해서”나 “공장을 차려서”로 손봅니다.
많은 돈을 벌었다 (x)
돈을 많이 벌었다 (o)
옳게 가눌 말투를 헤아리지 않는 오늘날 흐름이기 때문에 돈을 버는 일을 가리킬 때에도 ‘어떻게 버는가’를 적바림하는 틀을 옳게 깨닫지 않습니다.
돈은 ‘많이’ 벌거나 ‘적게’ 법니다. “많은 돈”을 벌거나 “적은 돈”을 벌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돈을 적게” 법니다.
곧, “사랑을 많이” 받거나 “사랑을 적게” 받는다고 말해야 알맞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는다거나 “적은 사랑”을 받는다고 말할 때에는 알맞지 않아요.
많은 사랑 보내 주셔요 (x)
많이 사랑해 주셔요 (o)
그런데 이렇게 적으면서 다시금 헤아리면, “많이 사랑해 주셔요”라는 말마디가 올바른지 아리송합니다. 방송에 나오는 어느 분이 여느 사람들한테 무언가 바라면서 외칠 말마디라면, “널리 사랑해 주셔요”나 “더 사랑해 주셔요”나 “아낌없이 사랑해 주셔요”나 “더 많이 사랑해 주셔요”처럼 말해야 올바르지 않나 싶어요. 아니, “사랑해 주셔요”라고 말해야 할 노릇 아니랴 싶어요.
많은 책을 읽었다 (x)
책을 많이 읽었다 (o)
한 자리에 많이 있는 무언가를 어찌저찌 했다고 할 때에는 “많은 책” 꼴이 틀리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다”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어느 한 사람 서재에 꽂힌 “많이 있는 책”을 둘러보면서 “이 많은 책을 다 읽었어요?” 하고 여쭐 때에는 틀린 말투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어느 한 사람이 “읽은 책이 많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에서는 “책을 많이 읽었다”처럼 말해야 맞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밥을 먹었다”는 틀린 말입니다. “밥을 많이 먹었다”가 맞는 말입니다. “많은 일을 했다”가 아니라 “일을 많이 했다”입니다. 다만, 이때에도 일거리가 그동안 아주 많이 쌓였는데 한꺼번에 많이 쌓인 일을 해냈다 한다면 “많은 일”을 했다고 할 수는 있어요. “그 많은 일을 했다”처럼. (4344.12.11.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