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해 주는 사람

 


 하룻밤만 묵고 서울을 다녀오느라 집을 비운 사이 둘째 옷가지랑 기저귀 빨래는 옆지기가 맡는다. 하루만에 고흥집으로 돌아오지만, 고속버스와 고속철도에서 너무 시달린 나머지 온몸이 찌뿌둥하고 눈을 뜨기조차 버겁다. 이튿날 빨래까지 옆지기가 맡는다. 나는 밤새 잠을 못 들어 아침까지 깬 채 있는 둘째를 안고 어르다가는 업는다. 둘째를 업고 바깥으로 나와 논둑에 선다. 바람이 좀 세다. 날은 따뜻하지만 바람이 차갑기에 얼마 있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시원하지만 아이한테는 추울 테니까. 옆지기는 아직 빨래를 한다. 내가 서울을 다녀오며 입던 옷을 모조리 빨아야 하니, 내 옷가지 빨래까지 하자면 더 오래 걸리리라.

 

 아직 뜨기 힘든 눈을 뜨고는 아이한테 노래를 불러 준다. 아이를 한참 업다가 내린다. 등허리가 좀 결린다. 아이를 안는다. 팔이 후들거린다. 힘이 많이 빠졌는가 보다. 이런 몸으로 빨래를 할 수야 없겠지. 아마, 내가 여느 날 여느 때 여느 빨래를 하는 동안 내 옆지기도 이와 같은 몸이면서 마음이 아니었을까 헤아린다.

 

 빨래를 하고 집일을 맡는 사람이 고단할까. 빨래를 할 수 없고 집일을 맡을 수 없는 사람이 고될까. 누가 더 고되다든지 누가 덜 고단하다 할 수 없다. 누구는 한갓지거나 느긋하다 갈라 말할 수 없다. 빨래를 해 주는 사람이 있기에 고마우면서, 나 스스로 빨래를 할 만큼 힘을 북돋우고 몸을 추슬러야 한다고 느낀다. 나는 내 살붙이한테 고맙고, 나는 바로 나한테 고마운 사람으로 살아야지. (4344.12.8.나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