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를 찾아 주세요! 베틀북 그림책 23
에즈라 잭 키츠, 팻 셰어 글 그림, 김경태 옮김 / 베틀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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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이들이 무얼 바라는지 깨달아 주셔요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11] 에즈라 잭 키츠·팻 셰어, 《우리 개를 찾아 주세요!》(베틀북,2002)

 


 어머니젖을 뗀 첫째 아이가 밤오줌 기저귀를 떼도록 하는 몫은 아버지가 맡았습니다. 올 사월에 드디어 밤오줌 기저귀를 뗄 수 있었습니다. 네 살 나이라지만 세 살하고 여러 달 되었을 뿐인 아이인데, 밤에 자다가 오줌 마렵다고 아버지를 여러 차례 찾고, 세 시간에 한 차례씩 살며시 안아 오줌그릇에 앉히면서 밤오줌을 예쁘게 가릴 수 있었어요.

 

 둘째는 아직 젖먹이입니다. 둘째는 새해에 돌을 맞이하면 낮에는 기저귀를 떼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돌을 맞이한 날부터 온 집안을 오줌바다로 만들더라도 기저귀를 뗀 채 지내도록 하면서 낮오줌 가리기를 꾸준히 하며 이태쯤 보내면, 둘째도 꽉 차지 않은 네 살 무렵에 밤오줌을 예쁘게 가릴 수 있겠지요.

 

 첫째 아이가 밤오줌을 예쁘게 가리고 난 다음 한 달 동안 기저귀 빨래가 사라져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낮오줌을 가리던 때에도 밤오줌 기저귀 넉 장이나 여섯 장만 빨면 되었기에 참 홀가분했습니다만, 기저귀 빨래가 아예 없어, 이제 너덜너덜 닳은 기저귀를 빠느라 실올이 더 풀리지 않기를 바라며 조마조마하던 일이 사라지니 무척 반갑더군요.


.. 후아니토는 시무룩해 있어요. 이틀 전이 여덟 번째 생일이었는데, 바로 그날 후아니토네 식구들이 저 멀리 푸에르토리코에서 뉴욕으로 이사했거든요. 새 동네에는 같이 얘기하고 놀 친구가 없어요. 후아니토는 스페인말밖에 할 줄 모르니까요 ..  (4쪽)


 우리 마을에 놀러온 이웃집 할배 손자는 세 살이라는데 낮에도 기저귀를 찹니다. 아이 어버이가 도시에서 여러모로 바빠 할매랑 할배가 한동안 맡아서 돌본다고 했는데, 이 아이는 밤뿐 아니라 낮마저 기저귀를 찹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 아이뿐 아니에요. 적잖은 아이들이 네 살이나 다섯 살까지도 낮에마저 기저귀를 차곤 합니다. 어쩌면 일곱 살 나이에마저 기저귀를 차는 아이들이, 게다가 천기저귀 아닌 종이기저귀를 차는 아이들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오늘날 어버이 자리에 서는 분들은 아이들 먹여살리느라 바깥 돈벌이를 해야 하니까, 아이들이 아주 어린 나날부터 보육원이나 어린이집에 오래도록 맡기곤 합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 맡는 보육원이나 어린이집은 교사나 일꾼이 모자라지 않는다는데에도 이 아이들 오줌가리기를 제대로 시키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아이들한테 찬찬히 “얘들아, 한 시간에 한 번씩, 쉬 하는 십 분이 있으니까, 한 시간마다 쉬 마렵냐고 물어 볼 테니, 쉬 마려우면 그때 이야기하렴.” 하고 이야기하면, 돌이 지난 아이들은 으레 알아듣습니다. 처음 몇 차례는 그만 바지에 오줌을 싸고 말지만, 어느 아이라 하더라도 한 주나 보름쯤 바지에 오줌싸기를 하고 난 다음에는, 아이 스스로 잘 참으면서 가린다고 느껴요.

 

 어버이가 되든 이웃 어른이 되든, 늘 아이 곁에서 바라보면서 말을 섞고 함께 놀면 됩니다. 언제나 함께 있으면서 묻고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들은 어버이나 어른한테서 받는 사랑을 예쁘게 북돋우며 오줌가리기를 해냅니다.

 

 아이들이 낮오줌 가리기를 돌이 지나고서 할 겨를을 얻지 못한다면, 이 아이들은 낮오줌 가리기뿐 아니라 제 어버이랑 살가이 복닥이면서 사랑씨앗 고루 물려받는 일조차 못하는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먹으면서 자라지, 어버이가 더 많이 벌어들이는 돈을 먹으면서 자라지 않아요. 아이들은 따스히 주고받는 이야기꽃을 먹으면서 자라지, 이런저런 좋다는 그림책이나 비디오나 영어교육을 먹으며 자라지 않아요.

 

 어버이는 아이들이 받을 사랑을 깨달아야 합니다. 어버이는 어버이 스스로 아이였던 지난날, 이녁 어버이한테서 어떤 사랑을 받았는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앞으로 이 아이들이 어떤 꿈을 키우면서 씩씩하고 튼튼하게 살아가면 좋겠는가 하고 헤아려야 합니다.


.. 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에요. 그 개는 후아니토가 아기였을 때부터 가장 좋은 친구였어요. 개도 후아니토와 함께 푸에르토리코에서 왔기 때문에 스페인말만 알아듣지요. 그런데 그 개가 어제부터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질 않는 거예요 ..  (6쪽)


 에즈라 잭 키츠 님과 팻 셰어 님이 함께 일군 그림책 《우리 개를 찾아 주세요!》(베틀북,2002)를 읽습니다. 《우리 개를 찾아 주세요!》에 나오는 아이는 고향나라 푸에르토리코를 떠나야 했습니다. 아이 어버이가 돈을 더 많이 벌려고 생각하면서 고향나라를 떠나 미국으로 갑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가자는 대로 고향나라를 떠날밖에 없습니다. 아이는 고향나라 고향마을을 떠나야 합니다. 고향동무하고 헤어져야 합니다. 고향하늘 고향바다 고향동산 고향들판 모두 잊어야 합니다. 이제부터 새 터에서 새 돈을 벌어들여 문화와 교육과 예술을 마음껏 누려야 합니다.

 

 아이네 어버이는 이 아이가 동무와 마을과 자연을 잊거나 잃어도 괜찮다고 생각했겠지요. 어쩌면, 이런 데에는 생각이 못 미쳤을는지 모릅니다. 가난한 살림이 슬프거나 싫거나 미웠을는지 모릅니다. 아이한테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고만 생각했을 수 있어요.

 

 아이한테 가난이 가장 나쁘다고 여겼겠지요. 그러면, 참말 아이한테 가난이 가장 나쁠까요. 아이는 가난을 누리지 않으면 예쁘게 클 만한가요. 아이는 가난하고 헤어지면 사랑스레 자랄 수 있나요.


.. 후아니토는 다시 거리로 나갔어요. 빌딩이 정말 크고 높아요! 사람도 많고 차도 많아요! 후아니토는 겁이 났지만 잃어버린 개를 생각하면서 용기를 냈어요 ..  (12쪽)


 그림책 《우리 개를 찾아 주세요!》에 나오는 푸에르토리코 어린이는 ‘돈을 더 많이 벌어들여 가난하고 헤어지자는 꿈을 키우는 모든 어버이’한테서 똑 떨어져 외롭고 슬픈 어린이를 보여줍니다. 한국으로 찾아오는 이주노동자들 남은 식구들도 이 푸에르토리코 어린이와 매한가지가 아니랴 싶어요. 한국땅 이주노동자는 한국땅 슬픈 틀거리 때문에 막대접과 푸대접을 받으며 돈조차 쥐꼬리만큼 벌어들이는데, 돈은 돈대로 얼마 못 벌면서 당신 살붙이는 당신 살붙이대로 여러 해 동안 얼굴조차 볼 수 없습니다. 내 사랑스러운 살붙이 얼굴조차 못 보면서 돈만 벌어들일 수 있으면, 이리하여 가난에서 헤어날 수 있으면, 돈을 제법 만져 가멸찬 살림을 꾸릴 수 있으면, 이때에 아이와 어른 모두 즐거운 삶이라 할 만한가 궁금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어버이가 돈을 벌어다 주면 가장 기쁜지 궁금합니다. 돈이 넉넉해 옷을 마음껏 살 수 있고, 밥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며, 집 또한 커다란 데를 얻을 수 있으면 좋다고 느낄는지 궁금합니다.

 

 그림책 《우리 개를 찾아 주세요!》에 나오는 어린이는 말을 섞을 수 없는 낯선 미국땅에서 마음을 열어 이야기꽃 피울 줄 아는 동무를 하나둘 사귑니다. 푸에르토리코 어린이보다 먼저 ‘미국에 와서 돈을 벌려 하는 어버이’랑 미국에 오느라 고향나라 고향마을 고향동무를 잃어야 했던 다른 아이들이 이 푸에르토리코 어린이하고 동무가 됩니다. 미국땅 어린이도 푸에르토리코 어린이하고 동무가 됩니다.

 

 아이는 잃었던 개를 찾습니다. 아이는 개를 찾으면서 동무를 사귑니다. 아이는 개를 찾아 기쁘고, 동무를 사귀어 기쁩니다.

 

 아이는 아이 어버이가 돈을 많이 벌어다 주기에 기쁘지 않습니다. 아이는 아이 어버이가 커다란 집을 얻었기에 기쁘지 않아요. 아이는 오직 저하고 알뜰살뜰 놀 개를 찾아서 기쁩니다. 아이는 그저 저하고 따스하게 이야기꽃 피우며 어울려 놀 동무를 사귀어 기쁩니다.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이여, 아이들이 무얼 바라는지 제발 제대로 깨달아 주셔요. (4344.12.7.물.ㅎㄲㅅㄱ)


― 우리 개를 찾아 주세요! (에즈라 잭 키츠·팻 셰어 글·그림,김경태 옮김,베틀북 펴냄,2002.1.25./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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