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버스길

 


 시를 쓰는 버스길이다. 고흥을 떠나 서울로 가는 다섯 시간 버스길에서 시를 쓴다. 나는 이 버스길을 시를 쓰면서 버틴다. 버스만 타도 버스가 달리며 태우는 기름이 버스를 온통 휘감는구나 하고 느낀다. 플라스틱과 쇠붙이로 만든 버스에서 풍기는 냄새는 기름 타는 냄새와 섞여 몸으로 스며든다. 흙을 밟으며 살아가면 흙내음이 내 몸으로 번지고, 시멘트로 지은 집에서 지내면 시멘트내음이 내 몸으로 퍼지며, 플라스틱과 쇠붙이로 만든 자동차를 얻어타면 플라스티과 쇠붙이에다가 기름 타는 죽음내음이 내 몸으로 박힌다.

 

 시를 쓰는 버스길이다. 빈 종이꾸러미 꺼내어 내 사랑이 무엇인가 되짚으며 시를 쓴다. 먼저 내 고운 옆지기한테 줄 시를 쓴다. 이 서울마실을 할 때에 만날 사람들한테 하나씩 나눌 시를 쓴다. 이 사람한테는 이 시를 써서 주자. 저 사람한테는 저 시를 써서 주자. 나하고 만날 분들이 어디에서 어떤 삶을 일구는가를 돌아본다. 저마다 다 다른 자리에서 모두들 다 다른 삶을 예쁘게 사랑하리라 믿으며, 이 믿음을 살포시 담을 시를 쓴다. 한 시간 반 남짓 시를 쓴다. 그래도 갈 길은 멀다. 눈을 붙인다. 그래도 아직 멀다. 책을 읽는다. 언제쯤 서울에 닿을까. 고흥 토박이 어르신 말씀을 들으면, 예전에는 일고여덟 시간은 가볍고, 차가 좀 막히면 열 시간은 식은죽이라던데. 달리고 또 달려도 언제 닿을까 알 길이 없는 이 버스길에서 이 시골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며 무엇을 사랑했을까.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면서, 버스와 서울은 헤아리지 않는다. 우리 식구들 곱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시골자락 꿈결을 돌아본다. 나무를 떠올리고 풀밭을 그린다. 새소리를 되새기고 바람소리를 곱씹는다. 내 시에는 내가 사랑하며 살아가는 내 보금자리 꿈씨를 적바림한다. (4344.1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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