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벗어나니

 


 서울을 벗어나 광주로 접어드니 바람이 따숩다. 광주 기차역에서 버스역으로 가는 택시길에, 택시 일꾼은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쐰다. 바람결이 포근하다.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고흥으로 가는 길, 버스가 후덥지근하다. 고흥읍에서 내리니 저녁인데 춥지 않다. 서울에서는 해 떨어진 저녁에 고무신 신은 발이 시리고 손가락이 살짝 곱더니, 고흥에서는 고무신 신은 발이 시리지 않고 손가락이 곱지 않는다.

 

 고속버스를 타고 고흥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가까워질수록 내 몸으로 받아들이는 바람이 흐리멍덩해진다고 느꼈다. 기차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 멀어질수록, 또 광주 시내에서 멀어지며 고흥에 가까워질수록 내 몸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향긋하다고 느낀다.

 

 사람은 숲이 있고 들판과 냇물이 사랑스러운 시골 품에 곱게 안기는 보금자리를 누려야 한다. 향긋한 바람을 마시고 따스한 햇살을 먹으며 보드라운 흙을 만질 수 있어야 사람다운 꿈을 펼칠 만하구나 싶다. (4344.1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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