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 빨래 2


 후박나무 빨랫줄에 빨래를 널 때마다 흐뭇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신나게 해대는 빨래랑 낮에 힘겹게 졸음 참으며 하는 빨래는 모두 후박나무 빨랫줄에 넙니다. 타카도노 호오코 님 그림책 《내 머리가 길게 자란다면》(한림출판사,2003)을 날마다 떠올립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짧은머리 아이는 머리가 길게 자란다면 두 갈래로 땋아 나뭇가지에 묶고는 어머니가 한 빨래를 주렁주렁 매달아 몇 시간 꼼짝 않고 앉아 책읽기를 하면 책도 많이 읽고 어머니한테서 칭찬을 들으리라고 꿈을 꿉니다. 나뭇가지 하나 내주어 빨랫줄을 걸치도록 하는 후박나무는 우리 집에 얼마나 고마운 벗님일까요.

 바람이 불어 빨래가 나부낍니다. 첫째 아이가 빨래널기를 거듭니다. 후박나무 빨랫줄만으로는 널 빨래가 꽤 많아 빨랫대 하나 들고 나와 펼칩니다. 아이는 후박나무 잎사귀와 새 꽃송이 사이로 스미는 햇살을 받으면서 아버지랑 빨래널이를 합니다. (4344.12.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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