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손에 쥐는 책
아이 어머니가 《천재 유교수의 생활》에 이어 《나츠코의 술》을 손에 쥔다. 아이 어머니는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나츠코의 술》을 큼지막하게 새로 만들어 읽힐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도 이 만화책을 흙일꾼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함께 읽을 수 있으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2011년에 새로 나온 판은 크기를 조금 키웠지만, 이만 한 크기로는 눈이 어두운 일흔이나 여든 할머니 할아버지가 읽기에는 많이 벅차다.
집에 어떠한 책이 있는가에 따라 아이들이 금세 젖어들곤 한다고 느낀다. 예쁜 이야기 담은 책을 보는 어버이 곁에서는 예쁜 이야기에 젖어들고, 겉치레 이야기 깃든 책을 넘기는 어버이 곁에서는 겉치레 이야기에 젖어든다. 아이 어머니가 둘째를 무릎에 앉히며 만화책을 넘기니 둘째가 어머니처럼 책을 손에 쥐려고 한다. 이를 본 첫째가 저도 책을 손으로 쥐겠다고 척 하고 내민다. 세 사람이 책 하나를 쥔다. 이리하여 아이 어머니는 책장을 넘기지 못한다. 웃기는 녀석들. (4344.12.3.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