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잡다


 이웃집에서 얻은 고구마가 두 상자 있는 줄 한참 깨닫지 못하다가 엊그제 비로소 깨닫고는 썩둑썩둑 썰어 고구마볶음을 한다. 살짝 여린 불에 기름 조금 두른 스텐냄비를 미리 잘 달구고서 볶는다. 튀김을 한 만한 기름이 없기도 하지만, 기름 많이 쓰는 밥을 안 좋아하니까, 으레 물로 볶았는데, 모처럼 한 번 기름 조금 둘러 고구마볶음을 했더니 아이가 아주 좋아하며 잘 먹는다. 어른 둘이랑 아이 하나 먹을 때에는 고구마 한 알이어도 넉넉하다. 고구마 두 알 썰어 볶으면 배불리 먹고 조금 남는다. 조금 남으면 두었다가 먹는다. 따뜻할 때에도 식은 뒤에도 괜찮다.

 겨우내 날마다 고구마볶음을 한 차례 하면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적어도 십이월 한 달은 너끈히 먹겠지. 십이월 한 달 너끈히 먹은 뒤에는 읍내 장마당에서 감자를 사서 감자볶음을 해 볼까.

 작은 상에 동그란 접시를 올리고 방에 들인다. 셋이 나란히 앉아서 먹는데 둘째가 뽀르르 기어와서는 상 한쪽 귀퉁이를 잡는다. 스윽 끌어당긴다. 요놈, 제 누나처럼 갓난쟁이 때에도 힘이 좋네. 처음 한 번, 아버지가 상을 잡아당긴다. 다시 둘째가 상을 척 붙잡아 끌어당긴다. 이제 첫째가 상 다른 귀퉁이를 잡고는 당긴다. 3초쯤 둘이 줄다리기를 하지만, 한 손만 쓰는 둘째가 두 손을 이기지 못한다. 둘째야, 너도 곧 이가 나니 젖떼기밥을 먹고 이 고구마볶음도 나중에 함께 먹으렴. 무럭무럭 크면 언제라도 해 줄 테니까. (4344.12.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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