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우물


 낮잠을 건너뛰는 첫째랑 복닥이면서 집일을 하다가 지친 아버지는 아이보다 일찍 뻗어 잠자리에 드러눕는다. 아이는 졸리면서 아버지를 따라 자리에 드러눕지 않는다. 전화기 울리는 소리에 문득 잠을 깨니 비로소 첫째가 내 옆에서 곯아떨어진 모습이 보인다. 아이는 언제 잠들었을까. 그런데 둘째는 좀처럼 잠들지 않으면서 이리 칭얼 저리 헥헥거린다. 칭얼거리다가도 안으면 좋아하고, 바닥에 엎드리면 낑낑거리면서 울고. 첫째 아이가 동생 우는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깊이 잘 때에는 그야말로 곯아떨어진 날. 곯아떨어진 주제에 입으로 무언가 오물오물 한다. 가만히 보니 귤을 입에 잔뜩 물고 곯아떨어졌다. 꿈나라에서 귤을 먹으면서 노니? 네가 잠들 때까지 버티지 못하니 미안하구나. 너도 아버지를 좀 봐주렴. (4344.12.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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