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동백꽃 낮 동백꽃


 아침에 꽃망울 연 동백꽃이 낮에는 활짝 피어난다. 이 작은 봉우리가 이렇게 커다랗게 벌어지기까지 몇 시간이 들었을까. 이렇게 흐드러진 동백꽃은 앞으로 며칠쯤 고운 내음 퍼뜨리는 잎사귀를 벌린 채 살아갈까.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가르치던 얘기 가운데 ‘동물은 움직이고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대목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깜빡 잠이 든 다음 깨어나면 꽃잎이 달라지는걸. 아침에 바라보고 밖에 나가 신나게 뛰놀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 바라보면 또 잎사귀랑 줄기가 달라지는걸.

 꽃은 꽃삶대로 꽃결을 느껴야 한다. 나무는 나무삶대로 나무빛을 헤아려야 한다. 지식에 갇히면 꽃을 꽃눈이 아닌 사람눈으로 바라보고 만다. 지식에 얽매이면 나무를 나무넋이 아닌 사람넋으로 따지고 만다. 사람은 사람살이 흐름조차 옳게 읽지 못하는 나머지, 꽃과 나무가 어떻게 흐르며 싱싱하게 살아숨쉬는가를 깨닫지 못한다. (4344.1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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