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글쓰기


 이웃집에는 동백꽃이 소담스레 피었다. 마을 앞 큰길 버스타는곳 둘레에도 동백꽃이 예쁘게 피었다. 우리 집이라고 볕이 잘 안 드는 데가 아닌데 좀처럼 동백꽃 봉우리가 열리지 않더니, 이제 슬슬 필 낌새이다. 하루나 이틀쯤 뒤면 흐드러지게 피어날 동백꽃 봉우리 하나를 본다. 다른 봉우리도 첫 봉우리에 이어 활짝 피어나겠구나 싶다.

 동백나무 곁 후박나무를 올려다본다. 제법 높이 자라 마당에 조그맣게 그늘을 드리우는 후박나무도 동백나무처럼 어여쁜 꽃을 피우려 애쓴다. 동백꽃 봉우리는 꼭 쥔 주먹처럼 단단하고 야무져 보인다면, 후박꽃 봉우리는 두 손을 반듯이 모은 듯 살짝 길쭉하면서 단단하고 야무져 보인다. 다가오는 십이월에는 동백꽃과 후박꽃이 빛나는 햇살그늘에 기저귀 빨래를 널 수 있겠구나 싶다.

 네 살 아이와 한 살 아이한테 동백꽃 봉우리를 보여준다. 아마, 두 아이한테는 봉우리부터 꽃이 피기까지를 보는 일이 처음이리라. 우리가 얻은 새 보금자리에서 살던 분이 심어 기르던 동백과 후박이 우리한테 선물을 베푼다. 나와 옆지기는 앞으로 언제 흙으로 돌아갈까 모른다만, 우리 두 사람은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선물을 베풀 수 있을까. 우리 두 사람은 우리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한테 어떤 선물을 물려줄 수 있을까.

 나무 한 그루로 받는 작은 사랑을 생각하자. 나무 한 그루로 건네는 작은 빛줄기를 헤아리자. 나무 한 그루로 오늘 누리는 꿈을 어루만지자. (4344.11.3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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