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발, 글을 쓰는 발


 날마다 저녁에 아이를 씻긴다. 아이를 씻기며 발가락 하나하나 사이사이 때가 끼었나 살핀다. 아이 손가락과 발가락을 씻기며 내 어린 날 내 어머니가 나를 씻기던 일을 떠올리고, 손가락 사이나 발가락 사이에 까만 때가 끼는 모습을 되새긴다.

 신나게 놀며 웃옷 등판이 땀으로 흥건할 때에는 으레 손발가락 사이에 때가 낀다. 마음껏 놀며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를 때에는 아주 마땅히 손발가락 사이뿐 아니라 손목과 발등을 문지르면 때가 벗겨진다.

 아이들 다 씻기고 한숨을 돌리며 자리에 드러누울 무렵, 첫째도 둘째도 잠을 이루지 않으면서 더 놀려 한다. 아버지가 드러누워 수첩에 글조각 끄적이니, 첫째도 ‘나도 공부 할래.’ 하면서 제 작은 수첩을 가져와서 꼬물꼬물 그림을 그린다. 꼬물그림을 그리며 공부하는 아이는 발가락을 쉴새없이 꼬물락꼬물락 한다. 요리 꼬고 조리 꼬면서 꼬물꼬물 그림을 조그마한 수첩에 가득 채운다. (4344.11.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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