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79] 집밥
나이든 내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시고 집에서 밥을 차려 대접하는 일은 참 기쁩니다.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오늘, 내 두 아이와 밥상 앞에 마주앉아 도란도란 말꽃을 피우면서 몽실몽실 올라오는 따끈따끈한 밥을 나눌 수 있는 일은 몹시 즐겁습니다. 아마 그리 멀지 않은 옛날까지 누구나 집에서 이렇게 밥을 나누었겠지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당신 아이들한테 밥을 나누고, 당신 아이들이 자라면서 당신 아이들이 당신과 당신 아이들이 낳은 아이들한테 밥을 나누던 삶을 이었겠지요. 이제 요즈음 사람들 누구나 집에서 밥을 나누는 일이 줄어듭니다. 이제 오늘날 사람들 누구나 으레 바깥에서 밥을 대접하는 일이 좋은 일이거나 섬기는 일인 듯 여깁니다. 혼인잔치를 할 때이든 돌잔치를 할 때이든 마을잔치나 동네 도르리가 되지 못합니다. 집에서 흙을 일구어 거둔 나락으로 밥을 지어 나누지 않기 때문에, 더욱이 돈을 벌어 돈을 써서 돈으로 바깥밥을 사먹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나락이 얼마나 나고 다른 푸성귀나 곡식은 얼마나 거두는가를 헤아리거나 느끼지 않습니다. 집에서 밥을 차리고, 집에서 밥을 나누며, 집에서 밥자리를 치우는 삶을 잊을 때에는 집에서 내 살붙이하고 사랑을 꽃피우는 조그마한 이야기를 하찮게 여겨 밀어젖힙니다. (4344.11.27.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