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는 책
만화책 《여자의 식탁》 7권째를 사서 읽었다. 7권을 펼쳐 읽다가 ‘6권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헷갈려 그만 6권은 나중에 사기로 했는데, 그냥 사야 했는걸’ 하고 느낀다. 《여자의 식탁》 6권이 나올 무렵 우리 시골살림을 새터로 옮기려고 부산히 떠도느라 새로 나온 만화책이 무엇인지를 헤아릴 길이 없었다. 그러니, 이무렵 나온 《여자의 식탁》 6권을 샀는지 안 샀는지 떠오르지 않고, 아직 풀지 못한 책짐에 갇힌 만화책들을 언제 풀어 살필는지 또한 모르니, ‘틀림없이 안 봤구나’ 싶은 7권만 먼저 사서 읽었다.
만화책 《여자의 식탁》은 1권만 읽든 5권만 읽든 7권만 읽든, 이야기가 서로 얽히거나 이어지기도 하지만, 따로따로 홀로서기를 하기에, 차례대로 읽거나 거꾸로 읽거나 괜찮다.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이 이야기를 먼저 읽든 저 이야기를 먼저 읽든 즐겁다.
늦은 밤 아이들 잠든 다음 조용히 읽고 덮은 《여자의 식탁》 7권 빈자리 한쪽에 몇 마디 끄적인다. “겹칠 듯하면 좋은 이웃한테 선물해도 되지요.” 그렇다. 깜빡 잊고 다시 산 책은 내가 좋아하는 책인 만큼, 내가 좋아하는 이웃이나 동무한테 두꺼운종이로 예쁘게 싸서 슬그머니 선물로 부치면 된다. (4344.11.26.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