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순이
네 살 딸아이는 저 혼자만 어버이랑 살아가던 나날에는 인형 콩순이를 아주 드물게 업었다. 제 어머니가 저를 업어 주던 일을 돌이키면서 아주 가끔 인형 콩순이를 업곤 했다. 한 살 갓난쟁이를 날마다 마주하는 네 살 딸아이는 제 어머니가 제 동생을 으레 업어서 달래거나 재우는 모습을 바라본다. 어머니가 동생을 업듯, 저는 인형 콩순이를 업는다. 동생을 무릎에 누여 달래면서 뜨개질하는 어머니한테 인형 콩순이를 업어 달라고 인형 포대기를 들고 흔든다.
아버지는 곁에서 빨래를 갠다. 어머니 손을 빌어 인형 콩순이를 업은 딸아이는 아버지 곁에 아버지처럼 앉는다. 아버지가 개는 빨래를 낚아채어 제가 갠단다. 빨래를 곧잘 개는 아이가 영 밉게 갠다. 아이가 건넨 빨래를 풀며 말한다. “애써 빨래했는데 옷이 구겨지면 안 돼. 예쁘게 개야지.” 아이가 갠 빨래를 풀어서 다시 갠다. 아이는 “내가 갈래.” 하고 말하지만, “자, 어떻게 개는지 잘 보고 해야지. 먼저 다 보고 나서 해.” 하고 대꾸하면서 말린다. 아버지가 개는 양을 지켜본 아이는 아버지가 갠 빨래를 풀어 제가 다시 갠다. 이제 예쁘게 갠다. (4344.11.26.흙.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