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업기
마을 어르신들한테 밥을 한 끼 산다. 예전에는 마을잔치를 벌였다지만, 이제 마을 어르신들 나이가 제법 많아 마을잔치를 꾸리고 벌이고 하는 일이 벅차다며, 모두들 가까운 밥집으로 찾아가 밥 한 끼니 함께 먹는 일로 바꾸었다고 한다.
옆지기가 갓난쟁이 둘째를 업는다. 네 살 아이가 인형을 업는다. 제 어머니가 동생을 업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는 아버지한테 “콩순이 업어 줘.” 하면서 선 채로 등을 구부정하게 내민다. 콩순이 인형을 업히고 자그마한 천으로 감싼다. 인형 포대기는 작은 아이들 놀잇감답게 참 작다. 이 작은 천조각은 네 살 아이 인형놀이 포대기 구실을 하는구나.
네 살 아이가 한 살 동생을 업지는 못한다. 이제 겨우 십칠 킬로그램 될까 말까 한 네 살 아이가 십일 킬로그램 훌쩍 넘는 동생을 업지 못한다. 앉은 자리에서 뒤에서 안기는 가까스로 하지만, 동생 무게를 네 살 아이가 견디지 못한다.
첫째가 여섯 살이나 일곱 살쯤 된다면 서너 살쯤 될 동생을 안거나 업을 수 있을까. 첫째가 여덟 살이나 아홉 살쯤 된다면 대여섯 살쯤 될 동생을 안거나 업을 수 있으려나. 어머니가 동생을 사랑하는 결이 첫째 아이한테 시나브로 이어진다. 아버지가 살붙이들 아끼는 매무새가 첫째 아이한테 살며시 물림한다. (4344.11.24.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