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무릎 책읽기


 나는 어릴 적에 어머니 무릎에 앉아 책을 읽은 적 있을까. 나는 어릴 적에 어머니 무릎에 얼마나 앉았을까. 어릴 적에 아버지 무릎에는 어느 만큼 앉을 수 있었을까. 할머니 무릎이나 할아버지 무릎에는 얼마나 앉았으려나.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는 어머니랑 아버지랑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이모랑 삼촌이랑 …… 참 많은 사람들 무릎에 앉는다. 무릎에 앉혀 책 읽히기를 자주 하지는 못하나, 때때로 어머니나 아버지가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 책을 넘기곤 한다.

 어버이 되어 아이를 무릎에 앉히면서 사랑스럽구나 싶은 줄거리를 담은 책 하나 펼치는 일은 기쁘다. 책에 서린 넋을 물려주는 일보다 훨씬 기쁘다. 책을 함께 읽는 맛을 새롭게 느낀다. 책으로 나누는 사랑이 어떠한가를 새삼스레 깨닫는다.

 곰곰이 돌이킨다. 나는 어머니 무릎 책읽기를 떠올리지 못한다. 너무 어려서 못 떠올린달 수 있지만, 내 어머니나 내 또래들 클 무렵 어머님들은 당신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며 책읽기를 할 만큼 느긋하지 못했으리라 느낀다. 모두들 집일로 바쁠 뿐 아니라, 집 바깥에서 뜨개질이나 애보기나 꿰매기나 신문·우유 나르기나 온갖 밥벌이 일감을 붙드느라 힘겨웠다.

 시골에서는 어떠했을까. 시골 어머님들은 당신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 옛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을까. 그러고 보면, 먼먼 옛날 어버이들은 책은 없었다지만 가슴으로 아로새기는 이야기 한 자루 있어, 이 이야기보따리를 밤마다 조곤조곤 풀었으리라 본다. 무릎에 앉히기도 하고, 자리에 눕혀 팔베개를 하기도 하면서, 아이들과 틈틈이 살가운 이야기누리 나들이를 했으리라 본다. (4344.1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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