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 앉아 책을 읽는 손
아이는 혼자 엎드려 책을 읽을 수 있다. 아이는 혼자 얌전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아이는 아버지나 어머니 무릎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어머니 무릎은 으레 둘째 갓난쟁이 몫. 아이는 어느덧 여섯 달째 아버지 무릎을 홀로 차지한다. 잠자리에 들 때에 동생이 어머니 젖가슴에 파묻혀야 한다고 받아들여 주면서 아버지랑 함께 잔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는 훨씬 더 자주 많이 깊이 떼를 쓸 만하다. 아이는 아이답게 더 놀고 싶다. 아이는 아주 깊고 따사로우면서 너그러이 사랑받고 싶다. 아이를 무릎에 앉혀 함께 다른 책을 읽다가 아이 손가락을 내려다본다. 이 조그마한 손으로도 책장을 넘기고 심부름을 하며 접시랑 밥그릇을 나른다. 걸레질을 제법 하고 어린 동생을 보드라이 안거나 쓰다듬곤 한다. 머잖아 어머니 아버지 키를 훌쩍 뛰어넘고는 어머니 아버지 늙은 몸을 어루만지는 손이 되겠지. (4344.11.24.나무.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