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유무역협정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이루어지리라 느꼈다. 이러한 협정은 조금도 협정이라 할 수 없지만, 한국땅 흐름을 돌아본다면 뻔히 이루어질 만하다고 느꼈다. 시골사람 스스로 풀약과 비료와 기계에 기대면서 흙을 일구니까, 시골사람한테 풀약과 비료와 기계에 기대어 흙을 일구라고 내모는 도시사람이니까, 이런 나라에서는 한미자유무역협정 따위가 이루어질밖에 없다고 느꼈다.

 흙을 일구는 시골사람은 풀약과 비료와 기계를 등질 수 있어야 한다. 흙을 일구는 시골사람 스스로 가장 맛나며 가장 알찬 곡식과 열매를 거두어야 한다. 흙을 일구는 시골사람 스스로 맑은 바람과 시원한 물과 달콤한 햇볕을 누리는 보금자리에서 아름다이 살아가야 한다. 도시사람이 시골사람을 바라볼 때에 스스로 초라하거나 불쌍하거나 슬프다고 느낄 만한 고운 꿈을 시골사람이 흙을 만지면서 누려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도시사람들 누구나 유기농 곡식과 열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유기농 곡식과 열매가 비싸다고 이야기하지만, 비싼값 유기농 곡식은 없다. 알맞다 싶은 값인 유기농 곡식일 뿐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생각을 해야 한다. 손으로 글을 쓰는 일과 손으로 풀을 다스리는 일을 헤아려야 한다. 손으로 꾸미는 책과 손으로 일구는 곡식을 돌아봐야 한다. 손으로 바느질해서 지은 옷과 가방처럼 손으로 흙을 아끼면서 거둔 열매를 곱씹어야 한다. 아름다운 옷 한 벌이 백만 원이라면 맛난 오이 하나는 십만 원일 때에 알맞춤한 값이다. 멋들어진 자가용 한 대가 일억 원이라면 멋들어진 나무그늘 베푸는 능금나무에서 따는 능금 한 알은 천만 원일 때에 올바른 값이다.

 삶을 바꾸지 않는 한국사람인데, 한미자유무역협정이든 무엇이든 하나도 대수롭지 않다. 삶을 바꾸지 않을 때에는, 이러한 협정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한국사람 삶은 차갑거나 메마르거나 팍팍하거나 돈 꼬랑지에 붙어 알랑방귀를 뀔 뿐이다.

 삶을 바꾸는 한국사람이라면, 한미자유무역협정이든 무엇이든 하나도 두렵지 않다. 삶을 바꿀 때에는, 이러한 협정이 이루어질 수 없기도 하지만 한국사람 삶은 언제나 따스하고 너그러우며 살갑다. 좋은 꿈을 좋은 손길로 이루는 좋은 길을 걸을 뿐이다.

 서울을 떠나면 되고, 텃밭을 돌보면 된다. 자가용을 버리면 되고, 아파트를 놓으면 된다. 아이들과 노래하면 되고, 책을 읽으면 된다. 바느질을 하면 되고, 자전거를 타면 된다. 대학교 졸업장을 찢으면 되고, 자격증을 내려놓으면 된다. 멧새와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풀과 나무가 들려주는 바람노래와 햇살춤을 즐기면 된다. (4344.11.2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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