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서 빨래하기


 새벽에 일어나서 빨래를 해야 한다. 새벽에 빨래를 한두 차례 하지 않으면 아침에 너무 바쁘다. 아침 일찌감치 밥차림을 헤아려야 하고 이부자리 개고 뭐를 하노라면 한두 시간 아닌 서너 시간 홀라당 지나간다. 새벽에 둘째 오줌기저귀를 갈거나 보일러를 한 시간쯤 돌리고 끌 무렵 기지개 켜고 일어나 빨래를 해 놓아야 비로소 아침에 느긋하다.

 고요히 잠든 마을 한켠에서 새벽빨래를 하며 새벽소리를 듣는다. 빨래를 비비고 헹구는 복작복작 소리를 낸다. 새까만 바깥을 바라본다. 다 마친 빨래를 한손에 걸치고 어두운 방을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다 마른 빨래는 방바닥에 미리 깐다. 빨래는 따뜻하게 올라오는 기운을 받아들인다. 옷걸이에 기저귀랑 옷가지를 하나씩 건다. 방마다 알맞게 나누어 넌다. 글조각 조금 매만지다가, 방바닥에 드러누워 허리를 펴다가, 다시금 기지개를 켠 다음 빨래를 갠다.

 밤빨래나 새벽빨래는 나 혼자 아무도 몰래 하는 집일. 옆지기도 아이도 모른다. 어쩌면 옆지기나 아이는 알아챌는지 모른다. 이부자리 한쪽에 있어야 할 아버지가 없으니까. 뒹굴며 자는 아이가 아버지 쪽으로 뒹굴며 발을 뻗거나 손을 휘두르며 아무것도 채이거나 만져지지 않으니까.

 아이가 뒹구는 소리가 나면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 깃을 여민다. 빨래를 다 개고 나면 바야흐로 홀가분하게 글조각 붙잡을 수 있다. 하루 스물네 시간 가운데 나한테 주어진 아주 고마운 두 시간. 새벽 네 시부터 새벽 여섯 시까지 바지런히 글을 빚는다. 새벽 한 시나 두 시에 빨래를 했으면 새벽 너덧 시 무렵까지 글조각을 붙잡다가 졸음에 겨워 드러눕는다. (4344.1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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