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58) 네잎토끼풀


.. 이제 곧 베어질 풀이지만 그래도 조심조심 뜯어서 꽃팔찌도 만들고, 꽃잎 바람개비도 만들었다. 엮어서 안경도 만들고 꽃머리띠도 만들었다. 네잎토끼풀 찾기도 했다 ..  《강우근-동네 숲은 깊다》(철수와영희,2011) 56쪽

 어릴 적부터 토끼풀을 보았습니다. 토끼풀을 바라보며 ‘클로버(clover)’라 일컫는 동네 어른이나 학교 교사가 있었기에 중학교에 들어 영어를 배우기 앞서부터 ‘토끼풀 = 클로버’인 줄 알았습니다. 다만, 두 가지 이름이 한 가지 풀을 가리키는 줄 알면서 으레 ‘세잎클로버’와 ‘네잎클로버’라고만 말했어요. 그러니까, 동무들끼리 “와, 토끼풀이다!” 해 놓고는 “네잎클로버 찾아야지!” 하고 말한 셈이요, “토끼풀로 반지를 만들자.”고 하면서도 “넌 네잎클로버 찾았니?” 하고 말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이른바 어른이라는 자리에 선 다음, 고향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여러 해 지냈습니다. 이동안 만난 다른 어른이나 이웃이나 동무들하고 토끼풀 이야기가 나올 때에 거의 모두 ‘토끼풀 = 클로버’인 줄 알아듣지 못합니다. 국어사전이든 영어사전이든 찾아보면 금세 알 텐데, 식물도감을 들여다보면 뻔히 알 텐데, 참 많은 사람들이 토끼풀이랑 클로버는 다른 풀이라고 여깁니다. 더군다나 ‘네잎토끼풀’ 같은 말은 안 쓰고, 어쩌다 누군가 이렇게 말하면 도무지 못 알아듣습니다.

 세잎토끼풀
 네잎토끼풀
 닷잎토끼풀


 좋은 일을 불러들인다면서 네 잎 달린 토끼풀을 찾아 책 사이에 곱게 끼워서 말립니다. 어느 날에는 다섯 잎 달린 토끼풀을 만납니다. 흔히 마주하는 토끼풀은 세 잎인데, 세잎토끼풀도 네잎토끼풀 못지않게 예쁩니다. 잎사귀를 만지작거리는 느낌이 좋고, 꽃송이 쓰다듬는 결이 좋아요. 아침에 손가락에 반지를 걸고는 저녁에는 풀숲에 곱다시 내려놓습니다. 내 손가락과 함께 있어 주어 고맙다고 절을 합니다.

 꽃으로 만들어 꽃반지입니다. 꽃으로 엮어 꽃머리띠입니다. 꽃으로 짜기에 꽃팔찌예요. 토끼풀꽃반지입니다. 토끼풀꽃머리띠예요. 토끼풀꽃팔찌입니다.

 남녘땅 고흥 들판을 아이하고 거닐며 때때로 토끼풀을 만납니다. 네 살 아이는 토끼풀을 바라보며 “어, 이거 반지 하는 풀이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4344.1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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