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곳 까만 신 어린이


 읍내마실을 하던 토요일 아침, 부산히 짐을 꾸려 버스 타는 데로 나온다. 예전 멧골집에서는 버스 타는 데로 나오자면 이십 분쯤 걸어야 했다. 고흥 도화 동백마을 시골집에서는 마당에서도 군내버스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군내버스 지나가는 모습이 보일 때에 대문 앞에서 손을 흔들며 소리를 쳐도 버스가 멈추어서 기다려 준다. 대문에서 버스 타는 데까지는 걸어서 1분. 자동차 거의 드나들 일 없는 큰길이 마당에서 보인다. 고작 걸어서 1분 안쪽인 살림집이라 할 테지만, 참 조용하다. 해 떨어진 뒤로 마을 앞길을 지나가는 자동차는 거의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이 마을 사람이 느즈막하게 볼일 보러 오가지 않는다면 이 앞길을 지나다닐 자동차는 하나도 없다.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아이는 어머니 옆에 앉는다. 아이는 으레 어머니 앉음새를 따라한다. 어머니가 다리를 꼬면 저도 다리를 꼬겠다며 용을 쓴다. 갓난쟁이 동생을 업은 어머니가 아이를 받치느라 허리를 살짝 구부려 가만히 앉은 옆에서 첫째 아이는 다소곳하게 앉아 손가방을 든다. 손가방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을까. 예전에 얻은 까만 신을 오늘 처음 신는다. (4344.1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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