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책읽기
두 아이가 어머니랑 풀밭에 앉아서 풀가락지를 삼으며 논다. 어머니는 풀밭 기운을 예쁘게 누리면서 아이들이 함께 예쁘게 누릴 풀밭 기운을 베푼다. 토끼풀을 뜯고 억새를 뜯는다. 시원스레 부는 바람이 세 사람 온몸을 포근하게 어루만지면서 지나간다. 모든 사람을 살찌우는 숨결은 아이들 살결처럼 보송보송하면서 보드라운 흙에서 태어난다. 시멘트밭이나 아스팔트논이란 없다. 보송보송하면서 보드라운 흙밭과 흙논에서 새 숨결이 태어난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이 보송보송하면서 보드라운 흙땅을 천천히 밟을 수 있고, 이 흙땅에서 자라나는 풀밭에 얌전히 앉으면서 생각에 잠기고 놀이에 젖을 때에 아름답다.
햇볕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람이 이야기를 속삭인다. 들풀과 도랑물이 이야기를 나눈다. 멧새가 하늘을 가르며 이야기를 흩뿌린다. 어머니가 차분하게 삼은 풀가락지를 손가락에 걸며 이야기씨 하나 가슴에 맺힌다. (4344.11.5.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