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재우는 새벽


 첫째는 새벽 세 시 반에 일어나 쉬를 눈다. 둘째는 새벽 네 시 조금 넘어 칭얼거리더니 어머니 옷자락에 왈칵 게운다. 우는 소리 시끄러운 소리에 첫째는 잠들지 못한다. 어머니가 한동안 둘째를 안고 어르다가 아버지한테 넘긴다. 아버지는 둘째 아이를 안고 이 방 저 방 오가다가 새벽녘 보름달 훤한 마당으로 나가 천천히 걷는다. 얼마쯤 안고 걸었을까, 칭얼거리는 소리 잦아들고 활갯짓 멈추었을 때에 방으로 들어온다. 흘깃 바라본다. 둘째 숨소리 새근새근 조용하다. 발걸음 소리 죽이며 자리에 눕힌다. 첫째 아이는 이동안 아버지 바지가랑이를 붙잡으며 좇아다닌다. 둘째를 누이고 첫째를 누인다. 첫째가 머리끈 풀어 달라 해서 머리끈을 푸니까 다시 머리끈을 해 달란다. 한숨을 길게 내쉰다. 한숨을 쉬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절로 튀어나온다. 아이가 옆 머리끈 하나 마저 끌러 달라 이야기한다. 또 아버지 눈치를 보았을까. 첫째 아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이는 누운 채 아버지 정강이를 쓰다듬는다. 몇 분쯤 뒤 아이 팔이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진다. 첫째 아이 숨소리도 고르다. 드디어 새벽녘 세 시간 즈음 벌어지던 실랑이가 마무리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 어머니가 일어나 파리 때문에 못살겠다 말한다. 파리 두 마리를 잡는다. 파리는 더 있다. 아이 어머니가 몇 마리 더 잡고 모두들 잠자리에 든다. 어느덧 동은 튼다. 날이 훤하다. 온몸 쑤시지 않은 데가 없다. 아이들이 열 시까지는 콜콜 꿈나라를 누빈다면 좋겠구나. 나도 등허리를 펴고 싶다. (4344.11.1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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