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303호 2011.09.05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어떤 사람한테 읽히는 책일까
 [책읽기 삶읽기 86] 《기획회의》(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303호



 책을 다루는 잡지 《기획회의》(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303호(2011.9.5.)를 읽으며 생각한다. 《기획회의》 303호는 ‘대안의 삶을 꿈꾸다’를 내걸며 꾸린다. 책마을 안팎에서 힘껏 일하는 분들이 퍽 좋다 손꼽을 만한 책을 한두 가지씩 들면서 ‘다른(대안) 삶길’을 이야기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나로서는 선뜻 와닿는 이야기가 없다고 느낀다. 한 마디로 간추려 ‘바로 오늘 이곳에서 무엇부터 함께하면 좋을까’ 하는 이야기를 다루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가 온전하게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두 시골살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디에서 뭘 하고 살든 일상에서, 마음속에서 ‘시골’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때 ‘시골’은 곧 생태적 감수성의 회복, 혹은 겸손하고 자족적인 생활의 추구와 다른 뜻이 아니다 ..  (17쪽 여는글/최성각)


 참다이 즐겁게 살아가자면 바로 오늘 이곳부터 내 나날을 고쳐야 한다. 좋다고 여기는 삶이라면 더 좋게 고치고, 안 좋다고 생각하는 삶이라면 좋게 고쳐야 한다. 더도 덜도 아니다. ‘좋게’ 고칠 삶이다.

 나는 ‘생태적 감수성의 회복’과 같은 말놀이가 달갑지 않다. 무슨 소리인가. ‘생태적 감수성’이란 무엇인가. 누가 알아들으라는 말인가. 이런 말을 알아들을 사람한테 읽히면 되는 《기획회의》인가. 이런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말은 알아들으’면서 ‘삶은 안 고치느’라 ‘책만 더 많이 읽고 살아가’지는 않는가.

 책은 덜 읽어도 된다. 책은 안 읽어도 괜찮다. 아름다이 살아가면 넉넉하다. 착하게 어깨동무하면 흐뭇하다.

 텃밭을 일구거나 꽃그릇농사를 지으는 나날을 누린다면, 서울이나 인천이나 부산이나 대구에서도 얼마든지 예쁘게 살아갈 만하다. 그러나, 텃밭도 꽃그릇농사도 짓지 못하며 시멘트와 아스팔트 울타리에서 플라스틱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는 도시사람이면서 ‘시골살이 넋을 보여주는 책을 골고루 읽는’대서 스스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궁금하다. 아니, 달라지기는 하는가.


.. 후일담이지만, 책을 낸 뒤 “기획자인 당신은 이 가운데 몇 권이나 읽었나?” 그리고 “제목대로 된다는데 이 책도 안 팔리면 어쩌냐?” 하는 질문 또는 걱정을 많이 들었다 ..  (131쪽/정희용)


 그야말로 책은 안 읽어도 된다. 사람으로서 사람다이 살아갈 수 있으면 좋다. 사람다운 사랑을 일구지 못하며 책만 많이 알거나 읽거나 좋아한다면, 고운 목숨 선물받아 살아가는 뜻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내 어버이한테서 왜 고운 목숨을 선물받았는가. 나는 내 아이한테 왜 고운 목숨을 선물하는가.

 책은 안 팔려도 되고 덜 팔려도 된다. 제대로 읽혀야 비로소 책이다. 제대로 읽힐 수 있은 다음에 알맞게 팔리면 된다.

 1000권 팔리니 안타까운 책일 수 없다. 1만 권 팔리니 그럭저럭 쏠쏠한 책일 수 없다. 10만 권이나 100만 권 팔려야 책이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다. 한 권이 팔리건 열 권이 팔리건, 한 권이 팔릴 때에는 한 사람이 옳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고, 열 권이 팔릴 적에는 열 사람이 바르게 사랑하며 지내는 꿈을 들려주어야 바야흐로 책이다.


.. 모든 일의 최우선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  (151쪽/한기호)


 좋은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참 기쁘리라. 그런데 ‘어떤 사람’한테서 ‘어떤 마음’을 얻으려 하는가부터 똑똑히 알아야 한다. 나쁜 사람한테서 나쁜 마음을 얻어도 될까? 어설픈 사람한테서 어설픈 마음을 얻어도 되나? 짓궂은 사람한테서 짓궂은 마음을 얻어도 되려나?

 책을 다루는 잡지 《기획회의》일 테지만, 책만 다루는 잡지로 나아가기보다는, 책을 사랑하는 삶을 아끼는 이야기를 다룰 줄 아는 길을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은 덜 읽거나 책은 잘 모르거나 책하고는 좀 멀리 떨어진 채 살아가더라도 착하며 참답고 예쁜 나날을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들 글을 조금이나마 함께 싣는다면 반갑겠다.

 《기획회의》 303호는 ‘대안적 삶을 꿈꾸다’라 말하지만, 정작 ‘다른 자리에서 다른 꿈을 꾸면서 다른 사랑을 나누는’ 글을 찾아 읽을 수 없었다. 좋은 사람들이 좋은 글을 써서 담았으나, 그저 좋다 여길 만한 글에 머물 뿐, 착하며 아름다운 다른 사랑까지 거듭나지 못하고 만다. (4344.11.11.쇠.ㅎㄲㅅㄱ)


― 기획회의 303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2011.9.5./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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