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린네 6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마음으로 사람을 움직여 사랑을 이룬다
 [만화책 즐겨읽기 78] 다카하시 루미코, 《경계의 린네 (6)》



 엊그제 이삿짐을 모두 날랐습니다. 도시인 인천을 떠난 2010년 가을부터 지내던 충청북도 멧골자락에서 한 해 남짓 살다가 전라남도 고흥군 시골마을로 옮겼습니다. 멧골집을 시골집으로 옮기려고 반 해 가까이 책짐을 꾸리면서 새터를 알아보러 다녔어요. 이동안 집식구와 집과 책과 살림 모두 고단하게 지냈습니다. 오래오래 뿌리내리고픈 마음으로 심은 살구나무 두 그루도 그대로 둔 채 떠나야 했어요.

 새터를 찾고 빈집을 얻어 이렁저렁 지낼 만큼 고친 다음 책짐을 나르러 충청북도 옛 멧골집으로 찾아가면서 시외버스를 아홉 시간 탔습니다. 전라남도 고흥에서 충청북도 음성으로 가는 차편이 마땅하지 않아 돌고 돌다 보니 아홉 시간 걸리더군요. 오래 걸릴 줄은 알았으나 너무 오래 걸렸고, 오래 걸리리라 여기며 시외버스에서 읽자며 책을 서너 권 챙기는데, 버스간에서 머리가 몹시 어지러워 얼마 못 읽고 덮습니다.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가벼운 만화책을 읽어도 졸립더군요. 마음을 깊이 기울이면서 사랑스러운 넋으로 읽어야 하는 아나스타시아를 읽을 때에도 졸립고요. 조복성 님 곤충기는 그럭저럭 견디며 읽었으나 속이 메스꺼워 한손으로는 이마를 짚고 한손으로는 배를 쓰다듬으며 머리는 창문에 기대며 버티었습니다.

 새삼스러우면서 새롭지 않은 일일 텐데, 여느 도시사람은 도시에서 시내버스나 전철을 어떻게 타고 다니는지 참 모를 노릇입니다. 버스이든 전철이든 한 시간 넘게 타는 일은 몸을 매우 지치게 합니다. 자가용이든 택시이든 한 시간 넘게 탄다면 지치는 몸 따라 지치는 마음이 되겠구나 싶어요. 좋은 책을 읽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아요. 좋은 책을 손에 쥐어도 읽히지 않아요. 좋은 책을 애써 읽어도 가슴으로 삭이기 벅차요. 좋은 책을 차근차근 삭이려 하더라도 온삶 들여 새로 거듭나는 길이 꽉 막혔어요.


- “틀림없어. 나는 저주받고 있어.” “대체 누가 …… 츠바사!” “(뜨끔) 어.” “무슨 방법이 없을까? 츠바사는 퇴마사잖아.” ‘그, 그건.’ “누가 그랬는지 몰라도, 사람을 저주하는 건 저질이야.” “뭔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구나. 그래도 저질이야.” (33∼34쪽)


 다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 《경계의 린네》(학산문화사,2011) 6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삿짐을 모두 나르고 나서 이틀을 푹 쉰 끝에 천천히 읽으며 생각합니다. 맑은 꿈과 밝은 길을 재미나게 들려주는 다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인데, 이러한 만화책 또한 몸이 지치고 마음이 힘들면 옳게 헤아리기 어렵겠구나 싶습니다. 더욱이, 《경계의 린네》 6권은 ‘나쁜 마음을 품는 사람이 불러들이는 나쁜 짓’과 ‘착한 마음을 품는 사람이 새로 북돋우는 좋은 일’을 시나브로 보여줘요.

 마음으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마음으로 이루는 사랑입니다.

 마음으로 하는 일이에요. 마음으로 즐기는 놀이예요.

 마음이 있기에 사람입니다. 마음으로 나누는 삶입니다. 마음으로 기쁜 사랑이에요.


- “로쿠도도 아버지의 피해자라는 걸 잘 알았죠? 이제 다시는 생명의 불꽃 같은 걸 빼앗지 말아요.” “흥.” (187쪽)


 좋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좋은 마음으로 좋은 사랑을 나누는 좋은 삶을 누리면 돼요. 좋은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좋은 돈이란 많은 돈이 아닌’ 줄 옳게 깨달아 좋은 삶을 좋은 사랑으로 누릴 만한 좋은 돈이 얼마만큼인가를 착하게 헤아리면 돼요.

 마음이 예뻐야 사람이에요. 마음이 아름다울 때에 살가운 목숨이에요. 마음이 어여쁘지 않고서야 꽃이든 풀이든 나무이든 어여삐 쓰다듬지 못해요. 경계에 선 린네는 일만 해서 빚만 갚는 가난뱅이로 끝날 수 있는 삶이지만, 착한 마음으로 아리따이 살아가려는 사랑을 천천히 받아먹으면서 튼튼한 빛줄기를 가꿉니다. (4344.11.11.쇠.ㅎㄲㅅㄱ)


― 경계의 린네 6 (다카하시 루미코 글·그림,서현아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11.10.25./4500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