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하는 어린이


 지난 토요일에 충주로 와서 여러 날 보낸다. 집에는 날마다 한두 차례 전화를 건다. 집으로 전화를 걸면 세 차례 가운데 두 차례 아이가 받는다. 전화 울리는 소리가 한 번이나 두 번 될 즈음 잽싸게 받는다. 전화를 받은 첫째 아이는 쉬지 않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는 말 모르는 말 끝없이 늘어놓는다. 그동안 짐 꾸리느니 짐 푸느니 벽종이 바르느니 밥하느니 청소하느니, 아이 눈빛 마주보면서 아이가 사랑스러이 말을 배우고 삶을 느끼도록 하지 못했다고 아주 깊이 깨닫는다. 집에 전화를 걸어 네 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오직 이 아이만 생각한다. 오직 네 살 아이 목소리만을 듣고 네 살 아이가 어떤 몸짓으로 전화기를 붙잡고 수다꽃을 피우는가를 헤아린다. 네 살 아이는 제 어머니랑 아버지가 여느 때에 쓰는 말로 제 삶과 꿈을 나타내는 어린이말을 삼는다. (4344.11.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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