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날 걸레 빨기


 어제 낮, 충청북도 충주 멧골집 살림짐 꾸리기를 마무리짓는다. 여태껏 숱하게 살림집을 옮기면서 짐차 들어오기 앞서 모든 짐을 다 꾸린 적은 처음이다. 언제나 이삿날까지 짐을 다 꾸리지 못해 허둥지둥했다. 이제 처음으로 아주 느긋하게 이삿날을 맞이한다.

 내가 더 많이 땀흘리고 더 많이 품을 들였으니까 살림짐 꾸리기를 마무리지었다고 할 수 없다. 먼저, 옆지기가 아이들하고 새 보금자리에서 씩씩하고 즐거이 여러 날 지낸다. 다음으로, 옆지기 아버님과 어머님이 자잘하며 손 많이 가는 일을 기꺼이 해 주셨다. 내 둘레 좋은 사람들이 크고작은 손길을 보태어 우리 도서관 새로 여는 일에 큰힘이 되어 주었다. 이 모두가 어우러지기에 나는 아주 홀가분하게 책짐과 살림짐을 꾸렸고, 오늘 새벽 드디어 이 짐꾸러미를 커다란 짐차에 가득 싣고 새 보금자리로 떠날 수 있다.

 옛 멧골집에서는 물을 쓰지 못한다. 물을 쓸 수 있으면 걸레를 바지런히 빨아 집 청소를 할 텐데, 물을 쓸 수 없으니 먼지만 얼추 훔치고 만다. 나중에는 흙먼지를 한쪽으로 몰아 놓기만 한다. 여관으로 걸레 여덟 장을 챙겨 온다. 여관에서 몸을 씻으며 걸레 여덟 장을 빤다. 짐을 꾸리며 한 번도 못 빨며 쓰던 걸레였기에 시커먼 구정물이 끝없이 나온다. 한참을 빨아 구정물이 거의 안 나오도록 한다. 여관 방바닥에 가지런히 펼친다. 걸레들은 금세 마른다. 비닐봉지에 주섬주섬 담는다. 이제 이 걸레들은 새터에서 짐을 끌르며 다시 제몫을 해 주겠지. 고맙다. (4344.11.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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