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마디 책읽기


 이른아침부터 늦은저녁까지 1분 쉴 겨를 없이 몰아쳐야 하다 보니, 온 뼈마디가 욱씬욱씬한다. 딱히 어느 뼈마디를 주무르면서 풀어야겠다고 느끼지 못한다. 움직이는 모든 뼈마디마다 떨그럭거린다. 그저 드러누울 뿐. 그저 곯아떨어질 뿐.

 낮잠 없는 아이가 저녁 열 시 무렵까지 잠을 안 자며 논다. 하루 내내 집 안팎에서 새 보금자리 치우고 손질하느라 바쁜 나머지 아이들이랑 복닥이지 못한다. 내 몸은 온통 먼지투성이라 아이들을 쓰다듬거나 안지 못한다. 저녁이 되어도 어쩌지 못한다. 밀린 빨래를 하고 아이들 씻기고 밥을 하고 마른 빨래 개고 하다가 어질어질 쓰러질 뿐. 부디 새벽에 깨어날 때에 몸이 나아지기를 빌 뿐.

 새벽 네 시 조금 넘어 깬다. 힘든 꿈에 시달리다가 깬다. 밤새 둘째 오줌기저귀 가느라 옆지기가 힘들었을까 걱정스럽다. 고맙게 새벽까지 둘째가 오줌을 더 누지 않았다. 첫째도 곯아떨어졌다. 다섯 시 조금 지나 첫째가 낑낑대며 안아 달라 하기에 번쩍 안아서 쉬를 누인다. 방으로 들어가다가 낮은 문지방 위쪽에 또 머리를 찧는다. 아이를 안고 허리를 구부정 숙이며 방으로 들어가기란 퍽 고단하다. 그러나 깊은 새벽에 어쩌랴.

 내가 읽을 책은 어떤 책이 될까. 지치고 힘들며 고단한 몸으로는 어떤 책을 읽을 만할까. 수많은 독서단체에서 수없이 내놓는 새로운 추천도서 가운데 그야말로 지치고 힘들며 고단한 몸인 사람들이 즐거이 읽을 만한 책을 고른 적이 있을까. 자기계발과 처세라는 이름이 아니라, 즐거운 삶과 아름다운 사랑을 겉발림 이야기 아닌 따사롭고 손쉬운 글줄로 넉넉히 적바림한 책을 추천도서로 고른 적이 있는가.

 멋스러워 보이는 사진은 달갑지 않다. 예뻐 보이는 글은 반갑지 않다. 눈부시다는 그림은 즐겁지 않다. 나는 오직 사랑스러울 사진과 글과 그림이면 좋다. 듣기 포근한 노래가 좋다. 오래도록 마음을 달래면서 나 또한 내 살붙이와 이웃과 동무 누구한테나 착한 꿈을 들려줄 수 있도록 이끄는 책이 고맙다. 희뿌윰하게 동이 튼다 싶더니 몇 분 지나지 않아 날이 훤히 샌다. 날마다 맞이하지만, 새벽은 참말 놀라운 꿈이다. 그래, 날마다 마주하지만, 아이들과 옆지기 또한 참으로 놀라운 목숨이요 넋이지. (4344.11.4.쇠.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