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순이와 잠들기


 네 살이 무르익고, 곧 다섯 살로 접어들 딸아이는 막내이모가 선물로 준 콩순이를 퍽 귀여워한다. 새 보금자리로 살림을 조금 옮기기 앞서 딸아이 인형 가운데 하나만 먼저 들고 와야 하는데 콩순이를 골랐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갓난쟁이 동생을 돌보는 모습을 보며 콩순이한테 그대로 하고, 어머니나 아버지가 저를 나무라거나 꾸짖을 때에 툇마루에서 콩순이를 나무라거나 꾸짖는 흉내를 낸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저를 예뻐하면서 쓰다듬는 날이면 콩순이를 예뻐하면서 쓰다듬고, 어머니나 아버지가 저를 나무라거나 꾸짖으면 콩순이를 나무라거나 꾸짖는 말을 따라하는데, 딸아이는 아직 제가 잘못해서 꾸중을 듣는 줄 모른다. 아직 잘못이나 꾸중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를 섣불리 나무라거나 꾸중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막상 제대로 못하는 날이 잦다. 돌이키면, 나부터 내 삶을 한결 착하고 참다우며 곱게 일구지 못할 때에 아이한테도 똑같이 착하고 참다우며 곱게 마주하지 못하는 꼴 아니랴 싶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길은 교육책에 없다. 아이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길은 교육이론에 없다. 아이랑 오순도순 살아가는 길은 신문·방송·인터넷 어디에도 없다. 오직 오늘 하루 아이하고 복닥이는 이 자리에 있다. 언제나 아이랑 북적이는 내 보금자리에 있다.

 아침 먹는 자리에서 콩순이를 데리고 부엌으로 온 딸아이가 동생 머리맡에 콩순이를 눕힌다. 밥먹는 동안 고맙게 새근새근 잠든 동생 곁에서 콩순이도 함께 이불을 덮도록 한다.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마친 다음 따가운 볕살 내리쬐는 시골길을 한 시간 남짓 걷는다. 집으로 돌아와서 세 식구가 잠든다. 나도 졸립다. 그러나 나는 빨래를 하고 부엌 벽종이를 마저 바른다. 이제 드러누워야지 하고 생각하는데, 딸아이가 제 긴걸상에 콩순이하고 나란히 누워 잠든 모습이 보인다. 사랑스러운 아이를 사랑하는 삶이 되자면, 나는 내 삶부터 착하게 사랑하며 아낄 줄 알아야 한다. (4344.10.3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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