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 아이 책읽기


 첫째 아이는 잘 때에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른다. 이리 구르며 이불에서 벗어나기에 이불을 다시 여미면 어느새 저리 구르며 이불에서 벗어나서 이불을 새로 덮는다. 그러나 이내 이리로 또 굴러 이불에서 벗어나니까 이불을 거듭 여미고, 곧바로 저리 구르니 이불을 또다시 덮는다.

 아이는 어떤 꿈을 꾸면서 이렇게 데굴데굴 구르며 잠을 잘까. 아이는 날마다 어떤 삶을 맞아들이면서 이렇게 몸을 쉴까. 아이는 아주 조그마한 이불조각이면 몸을 덮을 수 있다. 아이는 아주 자그마한 천조각이면 몸을 감쌀 수 있다. 아이는 밥을 조금만 먹으면 되고, 아이는 짐을 조금만 들으면 된다.

 꽤 자주 구르고 또 구르며 자는 아이 곁에서 자는 아버지는 틈틈이 잠을 깬다. 이불을 걷으며 굴러간 아이 때문에 깨고, 아이가 이불을 걷어차며 맨몸으로 잘까 걱정스러워 잠을 깬다. 밤새 데굴데굴 구르는 아이는 누군가 제 몸에 이불을 덮는 줄 느낄까 알까 생각할까 깨달을까. 어버이 된 사람은 아이 곁에서 노상 아이를 느끼면서 따사로이 보살필 몫을 기쁘며 해맑게 맡는구나 싶다.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가 싱그럽다. (4344.10.2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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