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 소리


 외할아버지가 모는 짐차를 타고 온 식구가 발포 바닷가로 간다. 저녁해가 기울며 날은 조금씩 어두워진다. 땅거미 내려앉는 바닷가에 내리니 비로소 물결 소리가 들린다. 자동차를 달릴 때에는 바다를 눈으로 보기만 할 뿐, 바다 내음이나 바다 소리를 맞이하지 못한다. 자동차에서 내려 바다를 바라보니 비로소 바다 내음과 바다 소리가 몰려든다.

 물결은 높게 일지 않는다. 여느 물결이다. 여느 물결이지만 모래밭으로 부딪는 소리가 쏴아쏴아 제법 크다. 바닷물은 그닥 차지 않고, 소금 내음은 얼마 나지 않는다. 갓난쟁이 둘째를 안고 모래밭을 맨발로 밟으며 바닷물 무릎까지 일렁이는 데까지 걷는다. 첫째는 바닷물에 몸을 담근 적이 있으나 물결 소리를 듣기는 처음이다. 둘째는 바닷물도 바다 소리도 처음이다. 두 아이는 나중에 크면 스스로 자전거를 몰아 바닷가로 헤엄치러 나올 수 있을까. 아니면 버스를 타고 바닷가를 다녀올 수 있을까.

 선선한 바람이 살랑이는 발포 바닷가를 우리 식구들이 마음껏 누린다. 시월 끝무렵 사람들 발길이 없는 발포 바닷가 높푸른 하늘과 맑은 물결과 싱그러운 바람을 실컷 얼싸안는다. (4344.10.2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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