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싸개
새근새근 고이 자는 아이는 깊디깊은 새벽나절 한 차례쯤 잠에서 깨어 스스로 오줌을 눕니다. 낮잠을 건너뛰고 밤잠마저 일찍 들려 하지 않으며 온갖 어리광이며 떼를 쓰는 아이는 까무러치듯 곯아떨어져서는 그만 이부자리에 쉬를 누고 맙니다.
둘째가 오줌을 눈 새벽 네 시 오십 분 무렵, 첫째도 오줌을 눕니다. 바지에 오줌을 흥건하게 눕니다. 바지와 속곳을 벗기는데 그저 누워서 엉덩이를 살짝 듭니다. 저도 잠결에 쉬를 눈 줄을 느끼는군요. 그러나 하도 잠이 찾아와서 칭얼댄다거나 일어나지 않고 엉덩이만 살짝 듭니다. 새 속곳을 입히고 새 바지를 입힙니다. 두 아이는 다시 색색 숨소리를 내며 잠듭니다. 집안이 조용합니다. 이제 한 시간쯤 지나면 동이 틀 테고, 동이 트고 아침이 찾아오면 두 아이는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리지 못하며 또 신나게 놀자며 웃고 떠들리라 봅니다.
아이가 잘못해서 오줌싸개가 되지는 않으리라 느낍니다. 어버이로서 조금 더 따사롭고 한결 더 넉넉하게 보듬어야 아이는 오줌싸개 아닌 귀염둥이로 자라리라 느낍니다. 아이를 다그치는 어버이는 제 허물을 숨기는 셈이요, 아이를 나무라는 어버이는 제 모자람을 드러내는 꼴이라고 느낍니다. 이 아이들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살아간다면, 나는 어버이도 어른도 사람도 될 수 없다고 느낍니다. (4344.10.23.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