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린이 책읽기


 서울은 시골서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를 송두리째 빼앗는데, 어째 서울이라는 곳은 조금도 맑지 않고 푸르지 않으며 싱그럽지 않을 수 있을까. 어린이가 많으나 어린이 웃음소리 듣기 힘들고, 아기들 많이 태어나지만 아기들 울음소리 듣기 어려우며, 푸름이 많으나 푸른 꿈결 마주하기 벅차며, 젊은이 넘치나 싱그러운 사랑 빛나지 못한다.

 서울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어떤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서울서 푸르게 자라야 할 푸름이는 어떤 이야기를 가슴에 안을 수 있을까. 서울서 구슬땀을 흘릴 젊은이는 어떤 일을 신나게 붙잡을 수 있을까.

 서울을 스쳐 지나가기만 할 때에도 숨이 막힌다. 서울을 거쳐 일산으로 가거나 인천으로 가거나 춘천으로 갈 때조차 매캐한 바람 때문에 재채기가 나온다. 서울에 살짝 내려 가게에 들르거나 밥집을 찾을 때에는 눈알이 핑핑 돈다.

 어린이라서 어린이집에 가야 하지 않다. 푸름이라서 자율학습과 보충수업과 학교옷과 손전화에 얽매인 채 대학입시에 목매달아야 하지 않다. 젊은이라서 영어와 자격증을 붙들고 큰회사 사무직이나 공공기관 공무원 펜대를 놀려야 하지 않다.

 어린이 자리란 무엇인가. 어린이가 손에 쥘 연장이나 책이란 무엇인가. 푸름이 자리란 어디인가. 푸름이가 두 발로 설 땅이나 터란 어디인가. 젊은이 자리란 있는가. 젊은이가 부둥켜안을 이웃과 어깨를 겯을 동무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거의 모든 책은 서울에서 만들고 서울에서 팔려 서울에서 읽힌다. 이 서울이란, 이 서울 삶이란, 이 서울 사람들이란, 얼마나 아름답거나 착하거나 참다웁기에, 서울에서 책을 만들어 서울에서 읽히려 하는가. (4344.10.1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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