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이 우리 집일까
우리 식구 새로 살아갈 집을 계약하러 길을 떠나 여러 날 보냈다. 이제 앞으로는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돌아와서 남은 짐을 둘러본다. 책을 쌓아 둔 자리에서 책꽂이 넷이 바닥에서 스며 올라온 물기에 젖어 곰팡이가 잔뜩 핀 모습을 본다. 우리 책들을 멀리멀리 실어 옮기자면 돈을 얼마쯤 치러야 할까. 이삿짐 나르는 곳에서는 이런 일을 해 본 적은 없겠지. 예상이든 견적이든 내기 퍽 힘들 테지.
전화를 기다리면서 곰곰이 생각한다. 어느 집이 우리 집일까. 어디를 두고 우리 집이라 이야기해야 하나. 집 계약 하는 일 때문에 인감증명이 있어야 해서 전입신고를 먼저 했다. 전입신고를 했으니 내 몸이 있는 이곳은 우리 집이라 할 수 없을까. 아직 모든 짐이 이곳에 있는 만큼 짐차에 실어 옮길 때까지는 이곳을 우리 집이라 해야 할까.
멧자락 작은 집은 시월 한복판을 넘어서면서 퍽 쌀쌀하다. 하루라도 집 옮기는 일을 늦추면 몸과 마음이 무척 고되겠다. 새 보금자리 계약이든 책을 들일 자리 새로 짓는 일이든 얼른 마무리될 수 있기를 꿈꾼다. 비 새는 지붕과 천장 한쪽을 손질하는 일이 금세 끝날 수 있기를 비손한다. 아이들이 맑은 달빛을 고요히 올려다보면서 마음껏 뛰놀 보금자리에서 밥을 하고 빨래를 하며 이웃하고 어우러질 나날을 바란다. (4344.10.17.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