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읽기 책읽기


 숲 사이로 자동차 빨리 달릴 길을 내야 하기에 멧기슭에 구멍을 뚫어요. 논밭 가로지르며 찻길이 놓이고, 사람 건널 일 없어도 냇물 사이로 다리를 놓아요. 이 좋은 숲길이지만,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로는 바람소리·물소리·새소리·풀벌레소리 들을 수 없어요. 버스를 탄 몸으로는 그저 고단해서 잠을 자요. 푸른 숲길이지만 버스 걸상에 고단하게 기대어 마냥 잠만 자요. 숲을 느끼며 숲그늘에서 책을 읽는 기쁨을 누리지 못해요. 숲속에 있는 몸이지만 숲을 바라보거나 느끼지 못하면서 머리가 어질어질해요. 길가에 심은 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랐다지만, 버스를 탄 몸은 나무 하나하나를 차근차근 돌아보거나 쓰다듬지 못하며 휙휙 지나치기만 해야 해요. 숲을 바라보지 못하고, 책을 들여다보지 못해요. (4344.10.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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