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내음


 커다란 도시에서 벗어나면, 대전 둘레이든 서울 둘레이든 부산 둘레이든 논밭이나 멧자락이 천천히 드러난다. 도시가 제아무리 커진다 한들, 논밭이나 멧자락보다 훨씬 커질 수 없다. 다만, 도시가 하루아침에 쫄딱 무너지고 싶다면, 논밭이랑 멧자락을 싸그리 잡아먹으면 되겠지. 논밭하고 멧자락을 이루는 흙이 있어서 도시가 살아숨쉴 수 있으나,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안 흙내음을 못 맡기 때문에, 고마운 흙내음이요 사랑스러운 흙내음이자 살가운 흙내음인 줄 못 깨닫는다. 도시사람 예술·문화·정치·경제·교육·과학·사회·복지 …… 모두 흙내음하고 동떨어진 채 슬프게 주눅들다가 스러진다. (4344.10.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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