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많은 빨래를


 아침부터 밤까지 쏟아진 네 식구 빨래를 밤에 한꺼번에 하자니, 이 많은 빨래를 하지 않고서는 이듬날을 맞이할 수 없겠구나 하고 느낀다. 거창읍 여관에 짐을 풀자마자 징징거리는 첫째 아이부터 씻긴다. 첫째 아이는 낮잠을 얼렁뚱땅 건너뛰면서 놀기 바쁜 터라, 새 보금자리 알아보러 다니는 길에도 몹시 고단하지만 좀처럼 눈을 붙이려 하지 않는다. 밤 열한 시가 가깝지만 자지도 놀지도 않는 몸짓으로 울먹울먹한다. 얼른 옷을 벗기고 씻긴다. 바닥에 빨래할 옷가지를 가득 깐다. 그러고 나서 둘째 아이를 씻긴다. 아주 얌전한 둘째 또한 몹시 고될 텐데, 넉 달 갓난쟁이는 칭얼거리는 울음 하나 없이 참 잘 견디어 준다. 둘째를 볼 때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나, 둘째가 더없이 얌전하대서 그지없이 말괄량이 같은 첫째가 미울 수 없다. 첫째는 제 느낌과 생각을 스스럼없이 털어내며 예쁘게 살고, 둘째는 어버이 힘겨운 나날에 손이 덜 가도록 하면서 예쁘게 산다.

 이제 마지막으로 내 몸을 씻으면서 빨래를 한다. 어제보다는 기저귀 빨래가 적게 나왔으나, 오늘은 겉싸개에 똥이 흘러서 두꺼운 겉싸개를 하나 빨아야 하는 만큼 기저귀 다섯 장을 빨 때만큼 힘이 든다. 그렇지만, 빨래를 하며 생각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착하고 예쁜가. 이렇게 똥물이 흘러 빨아야 하는 겉싸개는, 똥물이 흐르지 않았어도 빨아야 한다. 아이는 똥을 푸지게 누어 똥물이 겉싸개로 흐르도록 하면서 이 옷가지를 빨래하는 일을 잊지 않도록 깨우친다.

 다만, 빨래를 한 이튿날 다시금 똥물을 흘리는 때가 적잖다. 둘째뿐 아니라 첫째때에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빨래할 때가 닥쳤기에 이렇게 똥물을 줄줄 흘려 주시지만, 힘껏 정갈히 빨래를 했는데 곧바로 다시 똥물을 줄줄 흘리기도 한다.

 아이고 힘들구나,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이윽고, 나도 너희만 했을 때에 내 어머니가 이렇게 힘들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솔솔 피어오른다.

 어쨌든, 열흘째 바깥잠을 자며 돌아다니는 깊은 밤, 자정이 넘고 새벽 한 시가 다 될 무렵 드디어 이 많은 빨래를 해낸다. 빨래를 다 해내고 방으로 돌아올 때에 둘째가 오줌기저귀 한 장을 내놓는다. 새로 나온 오줌기저귀는 옆지기가 빨래해 준다. 아주아주 고맙다. (4344.10.1.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