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아파트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전라남도 고흥으로 가는 네 시간 길에 거치는 광양시와 순천시에 아파트가 참 많다. 이곳에 이 아파트들은 언제부터 섰을까. 이곳은 지난날 어떠한 삶자리 삶자락 보금자리 사랑터였을까. 아파트가 서기 앞서, 제철소나 공장이 올라서기 앞서, 온갖 관공서나 회사나 가게가 들어서기 앞서, 이 멧자락과 들판과 냇가와 바닷가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숲은 없고 아파트가 있다. 나무로 이루어진 숲은 사라지고 아파트로 이루어진 숲이 생긴다. 숲이 아닌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책을 손에 쥐고 어떤 이야기를 가슴으로 아로새길까. (4344.9.26.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