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72] 빨래씻기

 나를 낳은 어버이하고 함께 살아가던 때에는 집에서 손수 빨래할 일이 없었습니다. 국민학생 때에는 신을 내 손으로 빨았으나, 집에 빨래기계가 들어온 다음부터는 빨래기계가 도맡았거든요. 고등학교를 마친 다음 집에서 나와 혼자 살림을 꾸린 때부터 내 옷가지를 내 손으로 빨래합니다. 스물한 살이던 1995년부터 늘 손빨래입니다. 혼자 살림을 꾸리던 이때부터 혼인하여 아이를 둘 낳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빨래기계를 들이지 않아요. 빨래기계 장만할 살림돈이 없기도 했고, 빨래기계 놓을 자리가 없기도 했으며, 이제는 빨래기계를 써서 내 옷가지를 다루도록 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내 몸을 씻을 때에 빨래를 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니 저녁에 하루를 마감하기 앞서 몸씻이를 하고, 몸씻이를 할 때에 씻는방 바닥에 옷가지를 죽 펼칩니다. 몸을 씻으며 튀기는 물이 빨래할 옷가지에 떨어지도록 합니다. 몸에 한두 차례 물을 끼얹어 옷가지가 웬만큼 젖으면 알몸으로 빨래를 합니다. 빨래를 다 비볐으면 내 몸에도 비누를 바르거나 마저 물을 끼얹습니다. 이러면서 빨래를 발로 꾸욱꾸욱 밟아 애벌헹굼을 합니다. 몸을 다 씻고 마무리헹굼을 해요. 이러면, 빨래를 하는 동안 몸에 묻은 물기와 머리카락에 깃든 물기가 제법 마릅니다. 내 빨래질과 몸씻기는 한 마디로 빨래씻기입니다. (4344.9.2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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