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달리기
아침 일찍 안개를 뚫고 마실을 나간다. 안개는 멧골집에서 멀어질수록 옅어진다. 면내에 닿을 무렵 안개는 거의 없다. 시외버스를 타고 면내를 벗어날 때에는 안개란 아예 없다.
저녁 늦게 달빛을 느끼며 마실길에서 돌아온다. 서울에서 벗어날 무렵부터 저 먼 어딘가에 달이 떴을 테지만, 수없이 켜진 수많은 불빛에 가릴 뿐더러, 자동차 불빛이 눈부셔 달빛을 찾거나 느낄 수 없다. 시외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접어들 때에도 아직 달빛을 찾거나 느끼지 못한다. 드디어 읍내에서 버스를 내려 자전거를 타니 달이 보인다. 그런데, 읍내에서는 달이 보이기는 하나, 달빛을 찾거나 느끼지 못한다. 읍내에 몇 없는 거리등불에 가리고, 가게마다 내뿜는 전기불빛에 눌린다.
마을 어귀로 접어들 무렵부터 비로소 달빛을 느낀다. 논둑길은 오직 달빛에 기대어 자전거를 달린다. 저기 멀리, 또는 저기 앞에, 아버지를 기다리는 작은 집 불빛이 보인다. 달빛이 내려앉은 깜깜한 멧자락 한켠 작은 보금자리 작은 불빛을 바라보면서 논둑길을 마저 달린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4344.9.16.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