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앉기


 여름 동안 마당에 앉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시멘트로 닦인 마당에 여름날 앉다가는 뜨거워 애먹는다. 가을로 접어들었기에 시멘트 마당이라 하더라도 자리를 깔고 앉을 만하다.

 아이 어머니는 뜨개를 하고, 둘째 갓난쟁이는 하늘과 나무숲을 올려다보는 채로 누우며, 첫째는 마당에서 뛰놀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며 이래저래 논다. 둘째가 누나랑 함께 뛰놀자면 앞으로 한두 해쯤 기다리면 될까.

 낮이고 저녁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아침이고, 집 앞길로 지나다니는 자동차만 없으면 언제나 조용하게 풀벌레와 멧새 우짖는 소리로 온몸이 젖어든다. 우리한테 논이 없어 이 가을에 누렇게 무르익는 나락 소리를 마음껏 듣지는 못하지만, 이웃집 나락이 저 멀리에서 익는 소리와 내음을 바람결에 함께 느껴 본다. (4344.9.1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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