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이로 달


 저녁부터 새벽까지 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구름이 잔뜩 끼었기 때문에 보름달 환한 빛살이 멧골자락 구석구석으로 포근히 내려앉지는 못하지만, 잔뜩 낀 구름인데도 마당이 퍽 밝다 싶도록 환하게 비춘다. 며칠 내내 비가 뿌리거나 찌푸렸지만, 이렇게 동그랗고 마알간 모습을 살며시 보여주고는 한가위를 마무리짓는다. 돌이켜보면, 꼭 한가위가 아니더라도 보름달은 다달이 한 차례 찾아든다. 설이나 한가위 무렵 보름달이 아니더라도 다달이 보름달을 마주할 수 있다. 가장 빛나는 보름달이라서 가장 아름다운 보름달은 아니요, 가장 덜 밝다는 보름달이라서 심심하게 지나칠 만한 보름달이 아니다. 나는 한 해 내내 보름달과 초승달과 반달을 모두 즐기면서 한가위 보름달도 한가위 보름달대로 고맙게 올려다보면서 좋았다. (4344.9.1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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